'평창의 꿈' 이뤄졌다, 동계올림픽 개최지 '확정'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스포츠 그랜드슬램' 이룬 한국 올림픽史
이번엔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약속의 땅’ 더반에서 세 번의 실패와 12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우뚝 올라섰다. 한국시간으로 7일 오전 0시 17분 경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입에서 정확히 “평창”이 발음된 순간, 더반 국제컨벤션센터(ICC)는 대한민국 관계자들의 환호로 뒤 덮였다. 대한민국에서 치르는 올림픽으로는 1988년 서울(Seoul)에서 치렀던 24회 하계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개최되는 올림픽이라 의미가 크다. 흔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두고 ‘더반의 기적’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기적’은 아니다.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에 앞서 우리는 지난 2003년과 2007년 연속으로 유치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국민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치밀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기적이 아니라 ‘국민적 노력의 성과물'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 스포츠 ‘그랜드슬램’ 달성 국가로 등극!
평창은 7일 밤(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실시된 IOC위원들의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경쟁도시였던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를 제치고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1999년 2월5일 강원 동계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동계올림픽 개최를 공식 표명한 이래, 두 번의 실패를 겪고 무려 12년 만에 일궈낸 결실이었다.
평창은 95명의 IOC 위원들이 투표한 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63표를 얻어 과반 표를 획득하면서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했다. 자크 로케 IOC위원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호명하자, 현장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유치위원들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에 모여 초조함 속에 TV를 지켜보던 강원 도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한 강원도민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목숨을 걸어서라도 평창의 발전을 위해 이번엔 꼭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최지로 선정돼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라며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선 두 차례의 개최지 투표에서는 매번 선두로 나서고도 과반 득표에 실패해 2차 투표에서 역전 당했던 바 있다. 이로써 평창은 일본(1972년 삿포로, 1996년 나가노)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아시아국가가 됐으며, 세계 4대 스포츠대회인 동계와 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됐다. 이는 전 세계를 통틀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에 이어 5번째다.
유치 배경으로는 동계 올림픽을 프랑스(佛) 안시나 독일(獨) 뮌헨에 유치하게 될 경우, 2020년 하계 올림픽을 미국, 캐나다, 대양주, 중동,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기타 아시아 국가 등 비 유럽 권 에서 개최해야 하는 상황에 치닫게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결정적 요소(예를 들어 2014년 동계 올림픽이 러시아(露) 소치에 유치되었을 때 2016년에 올림픽을 브라질에 개최된 것이 그의 배경으로 봐야 한다)로 보아 유럽지역의 올림픽 개최를 피할 수 있는 IOC의 지지를 근거로 다루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 뮌헨 시청 앞의 마리엔 광장을 가득 메운 채 대형 화면을 지켜보던 독일인들은 오후 5시(현지시각)를 조금 넘긴 시각 평창이 개최지로 발표되자 일제히 탄식을 쏟아내고 6일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평창으로 확정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외신들은 한국이 삼수 끝에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뤄낸 것은 집념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광장에서 함께 발표를 기다리던 페터 람자우어 연방 교통장관은 “이번 결과로 뮌헨이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평창유치 일등공신 ‘여풍’의 주역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단에 분 강력하면서도 따뜻한 여풍(女風)이 3번째 도전을 이끌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마지막 프리젠테이션에서 평창 유치단은 제대로 홈런을 날렸다. 홈런의 주역은 바로 두 명의 여성 김연아(21,고려대), 나승연 대변인(38)이었다.
"내가 어릴 적 나가노 동계올림픽(1998년)을 보고 꿈을 키웠듯이 평창 동계올림픽이 아시아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같은 꿈을 이루는 데 새로운 지평을 제공할 것입니다."
김연아는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두 번에 걸쳐 박수를 보내는 IOC 위원들의 마음이 움직임을 뚜렷이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 봄 부터 평창 홍보에 나서, 세계 각국을 돌며 이런 감동으로 득표 활동을 펼쳐 왔다. 유치 활동 중 IOC 위원들도 끊임  없이 김연아 에게 기념 촬영을 요청할 정도였다. 오랜 해외 활동으로 늘어난 유창한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한 김연아 선수는 평창 올림픽 유치위 홍보대사로 참여 평창의 슬로건이었던 "새로운 지평"에 대해 이야기 했다. 특히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딴 강심장으로 특유의 여유 있는 모습과 제스쳐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연아의 프리젠테이션이 선수 그리고 한 소녀로써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다면, 나승연 대변인은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바탕으로 세련미 넘치는 연설을 선보여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은 그동안 각종 국제행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도맡아 입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치가 확정되자 눈물을 쏟았던 나 대변인은 “갑자기 IOC 현지실사 때 간절하게 소망하던 평창 주민들이 떠올라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프리젠테이션을 음성 분석한 결과도 나승연 대변인에게는 전문가로서의 신뢰감을 주는 연설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연아 선수에게는 감정이 가득 담긴 호소력 짙은 연설이었다는 평가가 매겨졌다.
서로 상반되는 연설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나승연 대변인의 연설은 김연아 선수의 프리젠테이션에 큰 힘이 됐다. 릴레이로 다수의 대표자들이 등장하는 방식이었기에 차분한 나승연 대변인이 전체의 흐름을 조절하고 감성으로 호소하는 김연아 선수가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것이다. 실제, 더반에서의 평창 프리젠테이션을 감독한 올림픽 컨설팅의 귀재 테레사 번스는 인터뷰를 통해 김연아 선수도 스마트하고 멋진 연설을 했지만 평창 연설의 ‘히어로’는 나승연 대변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 대표단 마지막 발표자로 나섰던 토비 도슨 또한 입양아로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경험을 소개하며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총회에서 유치위원회는 더반의 '숨은 주역' 토비 도슨을 프레젠테이션의 히든카드로 내세웠다. 대표단은 프레젠테이션 끝부분에 '도슨의 성공담이 2018 평창의 핵심'이라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도슨은 입양아 출신이지만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가졌던 자신처럼 평창의 올림픽 유치 노력의 핵심은 바로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슨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개최지 발표식에서 '평창'을 외쳤을 때 심장이 너무 뛰어서 다섯 배는 커진 줄 알았다."며, "조국이라는 것을 느끼는 이런 경험은 앞으로 다시는 못 겪을지 모른다."고 가슴 벅차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물밑경쟁’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조직위원장을 누가 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석 달, 조직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물밑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후보로는 조양호 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김진선 특임대사 등 세 명이 거론되고 있다.
조양호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치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이어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동계올림픽이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스포츠전문가보다는 경영전문가가 적합하고, 또 국제 감각을 갖춘 기업인이 조직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면 조양호 위원장이 적임이라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초대 조직위원장에 임명된 적 있는 박용성 대한체육회장도 막강한 후보다. 조직위원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와 수시로 접촉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올림픽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대한체육회장이 적임이라는 것. 또한 조직위원장 자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또 한명의 후보 김진선 평창 특임대사는 유치 과정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올림픽에서 자원봉사라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02년 월드컵 조직위처럼 공동위원장을 두는 것은 업무의 효율성 때문에 가능성이 적은 가운데, 세 명의 조직위원장이 차례로 임명됐던 88서울올림픽 때처럼 여러 명의 후보가 교대로 조직위원장을 맡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는 예측도 있다.
IOC 정관에 따라 유치위원회는 오는 12월 5일까지 조직위를 출범시켜야 하기 때문에 조직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물밑 움직임은 점점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동계올림픽 유치효과 최대 64조9000억…사실?
우리의 노력 여부에 따라 경제효과의 규모 좌우 될 것,
'더반의 기적'을 '평창의 기적'으로 만들어야…앞으로의 과제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64조9000억 원의 직·간접적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우선 올림픽 행사를 치르기 위한 투자효과가 16조4000억 원에 이르고 관광객들의 소비지출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4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올림픽 개최에 따른 직접적인 효과만 해도 21조1000억 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림픽 개최 이후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가 11조6000억 원이 발생하며 강원도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경우 이에 따른 관광효과가 32조2000억 원 등 43조8000억 원의 간접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 등 3개 시·군에 집결하는 선수와 임원진, 취재진 등만 해도 80여 개 국에서 2만6000여명에 이른다. 이 밖에 응원단과 관광객 등을 합치면 40만명 내외의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가 최대 65조 원에 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선진국 스포츠’라 부르는 겨울 스포츠의 최고 대회를 유치한 것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유치가 확정된 지금, 좀더 냉철하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장 언론들은 경제효과가 수십 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것기적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효과가 64조9000억 원에 이른다는 전망에 대해 "이 같은 막대한 경제적 효과는 단지 가상적 추산에 불과하다"며 "실현 여부는 지금부터 대회 준비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데 달려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동계올림픽 유치가 인프라 투자와 국가이미지 제고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노력 여부에 따라 경제적 효과의 규모가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창 토지거래 허가구역 일부 조정
도가 지정한 평창 일대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도가 지정한 평창 일대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을 놓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일부가 조정될 전망이다. 28일 도에 따르면 2018동계올림픽 개최지 일대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됨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6개월 후 세밀한 현장조사와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안을 도에 건의하면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평창군은 2018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한 도시기본 계획 수립을 위해 현장조사 등 토지이용 계획을 전면 재조정하기로 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불필요한 지역 등이 허가구역에 포함됐을 경우 군의 요청에 따라 허가구역 일부를 조정하게 된다. 평창군은 2018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한 도시기본 계획 수립을 위해 현장조사 등 토지이용 계획을 전면 재조정하기로 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불필요한 지역 등이 허가구역에 포함됐을 경우 군의 요청에 따라 허가구역 일부를 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평창 대관령면 유천리, 차항리, 횡계리, 수하리, 용산리 등 61.1㎢,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4.0㎢ 등 65.1㎢는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된다.

올림픽은 국가적인 축제라고 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얘기다. 정권과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뀐 뒤 어렵게 따낸 올림픽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국가적인 지원과 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유치위원회가 내세운 것처럼 한국의 유산으로 남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