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요계의 큰 별이 지다
‘친구여’ 작곡가 이호준 폐암으로 별세…

조용필의 ‘친구여’,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등 수많은 명곡을 작곡한 작가인 이호준이 지난 27일 오전 7시께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폐암 투병 중 사망했다. 갑작스런 비보에, 4월 30일 오전 10시 송파성당에서 치러진 장례는 깊은 슬픔에 잠겨버렸다.

건반계의 1인자이자, 조용필의 동반자
故이호준은 1979년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멤버로 활약했다. 그는 조용필 음악사에서도 대중적으로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 초중반까지 함께 하면서 백업밴드일원에 국한되지 않고 그룹적인 면모도 드러내는 위대한 탄생의 일원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로큰롤에서 가요영역에 이르기까지 선진코드를 내세워 대부분의 곡을 작곡했던 조용필에게 이호준은 팝 발라드 넘버들의 영역으로도 좀 더 열어놓았다고 할 수도 있다.
1980~90년대 이호준은 건반계의 1인자로 위상을 높였다. 그의 편곡을 받기위해 매니저들이 줄을 섰으며, 앞 가수 작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가수들이 부탁하러 찾아올 정도 였다. 이에 함춘호는 그를 천재라고 칭하기도 했다.
화려한 슈퍼스타이지만 그만큼 개인사적 활동 폭을 절제해 온 조용필은 가까이 많은 사람들과 늘 함께하는 상황보다 고독의 시간을 많이 즐겼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호준은 대중음악계 선상에서도 조금이나마 연결역할을 했던 부분이 있다. 또한 위대한 탄생으로 귀속되었던 인연과 그 후 대중음악계에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부분들을 두더라도 조용필에게 이호준의 죽음은 커다란 슬픔이다. 조용필은 이호준의 별세 소식을 접하자마자 빈소를 찾았다. 오랜 친구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조용필은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가수 김연숙에게 남긴 마지막 노래
이호준 작곡가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트로트 가수 김연숙에게 남겼다. 3분 10초 분량인 이 곡은 이호준 작곡가가 김연숙을 위해 쓴 작품이다. 애절한 사운드의 노래는 샹송 ‘눈이 내리네’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노래는 김연숙의 6집 앨범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호준은 함께 작업을 할 때도 기침을 많이 했다고 한다. 김연숙은 그저 폐렴으로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어느 날 이호준이 병원에 다녀오더니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입원한 것이다. 김연숙 관계자 측은 “불과 10여일 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전해들은 바로는 3개월은 더 사신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깜짝 놀랐습니다.”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김연숙의 앨범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다. 4월 말이나 5월 중순 발매예정이었던 김연숙씨의 앨범도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연기될 예정이다.

뮤지션들의 추모행렬
이호준 별세 소식은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트위터를 통해 최초로 알려졌다. 함춘호는 이 날 “오늘 아침 ‘위대한 탄생’의 초기 멤버이며 조용필님의 ‘친구여’작곡자이신 이호준 선배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제 마지막으로 뵀을 때 암세포가 온몸으로 전이가 돼 이미 몸 밖으로 검게 튀어나온 부분도 있었습니다.”라고 밝혀 가요 팬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어 “베이시스트 송홍섭님과 조용필님이 아침에 들리실 거라 이호준님께 말씀드렸더니 그 상황에서도 박수를 치며 기뻐하셨습니다. 오전 두 분이 도착하셨을 때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합니다.”고 전했다.
작곡가 정원영도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아마도 가장 뛰어난 재능으로 가요사에 길이 남을 명연주를 보여주시던 이호준 선배님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늘 앞서가던 연주와 감각은 지금도 후배들에게 회자되는 그리움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했다.
뒤이어 후배 뮤지션들의 추모행렬도 이어졌다. 작곡가 겸 가수 윤종신과 공일오비의 장호일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추모의 글을 남겼다. 윤건 역시 같은 글을 남기며 고인을 애도했다.

취재_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