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대한민국문화예술대상, 독도수호가요제 신인가수상 수상 

‘한강의 기적’ 부른 가수 유가성
“노래는 나의 제2의 인생이다”

‘한강물에 배 띄워 놓고/ 풍악소리 울리며/ 뱃사공의 콧노래 소리에/ 그 시절 그리워라/ 반세기 넘어 흐른 지금은/ 젖줄 되어 흐르는 구나/ 한강물아 말을 해 다오/ 한강의 기적이라고.’ 그렇다. 바로 그 한강의 기적은 불굴의 의지로 가수의 꿈을 이룬 신인가수 유가성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담긴 노랫말이 아닐까.
유가성은 지난해 2011년 12월 31일,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아로 새겨진 음반을 발표하고 ‘한강의 기적’과 ‘무심한 여인’이란 노래로 활동하고 있는 51년생 늦깎이 신인가수다. 비록 큰 무대는 아니어도,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기꺼이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한 노래하고 싶다는 그의 인생이야기와 당찬 포부를 들어보았다.

잊지 못할 첫 공연
신인가수 유가성은 2010년 4월 7일, ‘무심한 여인’이라는 노래로 어린이 대공원에서의 첫 공연의 벅찬 감동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공연 때 열창한 ‘무심한 여인’은 그가 직접 작사한 곡이다. 두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가 함께 한 그 자리에서 창작대상을 받는 영광을 누린 그는 그의 생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후 음악에 대한 자신감으로 ‘난 네가 좋아’라는 노래의 가사 말을 쓰고 그의 음악적 스승인 김덕 교수 작곡의 ‘한강의 기적’으로 두 번의 창작 대상을 더 받게 된다. 또 2011년에는 4월, 6월, 9월, 11월, 12월에 열린 크고 작은 가요제에서 잇따라 신인가수상과 최우수상을 수상, 마침내 늦깎이 가수로써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해 12월 처음으로 그의 이름이 새겨진 음반이 나왔고, 그는 그 때의 감동 역시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흥을 돋게 하는 삶에 눈을 뜨다
가수 유가성은 1951년 전북 정읍군 북면 승리에서 7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본명 유병락. 그는 어릴 적부터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농사일과 목수일을 하셨던 그의 아버지는 전주로 집을 옮긴 후 전주 천 도로변에서 찐빵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 시절 전주 천은 매일같이 약장사들의 신나는 무대와 국악인들의 고전 무용 그리고 판소리 한 마당이 펼쳐진 축제의 장이었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그는 어린 마음에도 다른 사람의 흥을 돋게 하는 예능인들의 삶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이후 전주 성균관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한방약에서 약재 보조 일을 시작했는데, 1968년에는 서울로 상경, 연희동 거리에서 플라스틱 바가지, 조리, 방비, 삼발이, 석쇠 등을 팔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 때 일상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음악. 그는 늘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하모니카를 연주했고, 그 시절 자주 연주한 곡은 추억의 소야곡, 동백 아가씨 등이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
그러다가 1971년, 지인의 도움으로 다시 전주의 신신양화점에 구두 직공으로 취직한 그는 3여 년 간의 기술 연마 끝에 혼자 힘으로 양화점을 경영하게 된다. 그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부부는 동백양화점이란 상호를 내걸어 맞춤 구두를 만들었고, 딸 하나와 두 아들을 낳았다.
당시 수입은 좋은 편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갑작스런 경제 불황을 맞게 된다. 게다가 기성품 구두를 선호하는 추세가 되어 그의 사업은 지속되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한국통신에 취직했고 월급이 많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삼남매의 성장 모습을 바라보면서 위안을 삼았다. 궁핍한 삶에서도 아이들이 꿋꿋하게 잘 자라 공부도 잘해준 것에 대해 그는 늘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다
이후 1990년 지인의 도움으로 화성군에 위치한 병점 우체국에 입사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에게는 일생일대의 전환점이자 행운이 된다. 1998년도에 집배원 노래 공모전이 열린 것이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던 그의 일상에 또다시 노래가 찾아왔다. 그는 가수 송대관의 ‘차표 한 장’이라는 노래를 개사해 ‘편지 한 장’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그 노래는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편지 한 장 손에 들고 떠나야 하네./ 예정된 시간대로 떠나야 하네./ 너는 집배원 나도 집배원희망에 살고 있었네./ 바람이 불어도 눈비가 내려도 한 통의 편지라도 전하고 싶어./ 달리는 오토바이에 시름을 싣고 딩동딩동 벨을 누르면 / 누구십니까 나는 편지요 반갑게 받아주세요.” 그 해 동수원 우체국 전 직원이 한 동안 그가 개사한 우체국 로고송을 불렀다. 서울체신청에서도 그의 개사 곡을 높이 평가하여 시연회를 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자질을 알아본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정년퇴임 후 제2의 인생을 노래로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아내 또한 악기를 하나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며 그를 응원했다. 딸이 선물해준 색소폰을 부르며 배움의 희열을 느꼈고, 미숙하여 소리가 부드럽지 않아도 그는 그 소리만으로도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온다. 아내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다행이 큰 병은 아니었고 수술도 잘 마무리 되었지만, 그는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는 도리어 그런 그를 설득해 힘을 주었고, 아내의 정성으로 그의 색소폰 소리는 점점 부드럽게 변해갔다. 그리고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무렵, 처음으로 작사를 하게 된다. 그 곡이 바로 ‘무심한 여인’이다.

감동 주는 제2의 인생 희망
가수가 되고난 뒤 그에게는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과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의 재능이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 것이다. 비록 큰 무대는 아니어도, 그가 부르는 노래를 기꺼이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한 그는 끝까지 노래하겠다고 했다. 진실한 단 한 곡의 노래로 기억되는 가수. 그렇게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취재_김성훈 기자